잊지 못할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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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추억
  • 김호진
  • 승인 2002.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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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호반 초등학교 6학년 4반 김호진
어젯밤엔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달래느라 늦게 잠이 들었는데도 눈을 뜨니 시계바늘이 6시를 알리고 있었다. 연둣빛 가방은 무얼 그렇게 주섬주섬 먹었는지 배가 불룩, 울퉁불퉁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옹기종기 작은 집이 모인 너무 예쁜 곳이다. 선생님들도 멋지고, 재미있었다. 그 중에 '펩시맨' '소세지'선생님이 단연 짱이었다. 입소식 등 몇 가지 프로그램을 치르고 나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기다리던 장기자랑이 왔다. 우리 팀은 너무 떨렸다. 두 번째로 나가서 했는데, 연습 때보다 잘 못했다. 한 두 가지씩 실수를 한 것이다. 그래도 우리 반 애들은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조명은 아주 화려했다. 무대 위의 애들을 못 볼 정도였으니까.
 시간은 흘러가고, 끔찍한 시간이 내게로 왔다. 학급별로 회장들의 춤 솜씨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난 막무가내로 찌르기(?) 테크노를 췄다. 그 땐 몰랐는데 무대에서 내려오고 생각해 보니 너무 창피했다.
 둘째 날, 6시 30분이 되니 선생님들이 각 방마다 돌아다니시며 우리를 깨웠다. 그것도 20초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갯벌의 게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운동장에서 아침체조와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산 속에서 하니 가슴속이 시원해지며 누렇던 내 마음이 하얗게 된 것만 같았다.
이 곳 선생님들은 모두 나에게 `007'이라고 불렀다. 은희는 `타조', 미복이는 `땡글이', 다혜와 영은이는 `ET', 지민이는 `왕눈이'이다. 정말 모두 재미있는 별명이었다.
 아침 휴식시간이 끝난 후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생존 체험이라고 감자와 고기 그리고 깡통 밥을 해 먹었다. 그 때 내가 하고 있었던 일은 남자 얘들이 잡아준 피라미만 열심히 사이다 병에 담아 구경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그 피라미는 우리 집 유리컵 안에서 잘 자라고 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공포체험'이었다. 공중 위의 외줄을 안전하게 건너면 되는 것이다. 난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채 갔다. 그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간쯤 왔을 무렵, '백두산'선생님께서 장난을 치셨다. 우리에게 무섭게 하려고 줄을 막 흔들고 기우뚱하게 하는 행동이다. 그땐 정말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캠프파이어,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 내가 이곳으로 와 힘들었던 일을 집어 던졌다. 신나게 몸 흔들며 춤추고 게임 하던 시간도 가고 이제 펑펑 눈물을 흘릴 시간만 남았다. 촛불을 켜 땅에 꽂았다. 그 촛불 속에는 우리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의 앞을 비춰줄 빛이 있었다. 입도 뻥긋 안하고 난 계속 눈물만 흘렸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엄마께 대들고 꾸중들었던 것이 너무 후회가 됐다. 그러나 내일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나의 지금 이런 마음이 또 무너져 버릴 것 같아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버스에 올라타기 전, 나는 '펩시맨' 선생님께 메일을 적어 주었다. 여러 선생님들과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누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와 그때의 일을 생각해보니 그때가 너무 그립다. 마음속에 사진처럼 찍힌 추억들을 영원히 잘 간직해야겠다.

 

 


심사평 :

 춘천 호반 6-4 김호진 `잊지 못할 추억'이 좋군요. 무엇보다 쉽고 친근한 우리말을 살려 심리 상태를 묘사한 문장력이 뛰어나고, 사건의 구체적 전개에 따라 설레임, 즐거움을 잘 담았습니다. 또한 엄마한테 대들었던 자신을 뉘우치는 장면에도 진실함이 묻어나고요.

 

 


심사평 :

 춘천 호반 6-4 김호진 `잊지 못할 추억'이 좋군요. 무엇보다 쉽고 친근한 우리말을 살려 심리 상태를 묘사한 문장력이 뛰어나고, 사건의 구체적 전개에 따라 설레임, 즐거움을 잘 담았습니다. 또한 엄마한테 대들었던 자신을 뉘우치는 장면에도 진실함이 묻어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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