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선생님<원주 취병분교장>
“와~! 큰 거다.” “우와~! 선생님 고구마가 더 크다.”무슨 얘기냐고요? 우리 학교 실습지에 심은 고구마 캐는 소리입니다. 밭이 질흙이라 얼마나 딱딱하던지 아이들이 각자 가지고 온 호미로 연신 땅을 내리쳐 보지만, 좀처럼 고구마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장난꾸러기 승준이는 여기 저기 파다 말고 옮겨다니기만 합니다.
한참 동안 호미로 아이들이 캔 고구마가 상처 투성이가 되자 어쩔 수 없이 공사장에 등장하는 곡괭이로 땅을 파기로 했습니다. 장갑이라도 끼었어야 했는데 안하던 곡괭이질을 여기 저기 한참 동안 하고 나니 손바닥과 마디사이에 물집이 여기 저기 잡혔습니다.
늦은 봄, 이렇게 늦게 심어도 고구마가 달릴까? 하며 아이들과 진흙을 신발에 한 짐씩 달고 다니며 비닐도 씌우고 꼬챙이로 구멍을 뚫어 고구마싹을 심었는데 크지도 않고, 많이 달리지도 않았지만 올 여름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중에도 잘 자라준 고구마가 한편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전교생이 스물 셋, 이렇게 즐겁게 밭을 오가며 고구마를 캐내었더니 금세 시간이 세시간이 가버리고 토요일 오전이 다 가고 말았습니다. 4학년 착한 치윤이는 언제 갔는지 교무실 정수기에서 고구마 캐다말고 선생님과 친구들 동생들, 형들 누나들 목마를까봐 쟁반에 정성이 듬뿍 담은 냉수를 받아 왔습니다. 그 한 잔의 물이 얼마나 시원하고 달콤하던지….
결국, 남은 고구마는 학교 아저씨께서 경운기를 가져와 며칠 뒤 갈아 엎고 아이들이 흙을 부수며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자기가 직접 심어 가꾸고 거두어 들인 고구마를 이젠 따뜻한 난로 위에 아침이면 올려 놓았다가 우유급식 시간에 간식으로 나누며 선생님과 친구들의 사랑스런 이야기를 따뜻하게 꽃피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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