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정 희 선생님 <서원주초등학교 교사>
요즘 아침 8시에 학교에 간다. 먼저 학교 도서관에 들러 문을 활짝 열고 불을 밝히며 아침 책읽기로 하루를 시작할 아이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도서관에 차곡차곡 줄서있는 책을 볼 때마다 뒤쥐에 쌀을 가득 채워둔 부자 심정이다.
더군다나 책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예뻐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어릴 적 내가 다녔던 시골 학교 도서관은 교실 3층 꼭대기에 20평 남짓으로, 경지에 비뚤어진 활자체가 예사였고 누린 책 내가 유별났다.
난 책 읽기를 즐긴 편이어서 책 읽다가 해가 져 불빛하나 없는 시골 밤길을 걸어올 때면 오금이 절여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다음 날 어김없이 또다시 공포의 밤길을 걷곤 했다.
그러나 그 때야말로 내 생애 속에 잊을 수 없는 ‘책 맛’을 경험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 경험들은 책에 대한 열정의 불씨로 교실에 살아있다.
작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 혼자서는 읽기 힘든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세익스피어 작품 등을 읽어주었다.
나도, 아이들도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해 했음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책 세상으로 하루를 여는 나와 아이들은 24평안에서 우리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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