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희 선생님<태백황지초교>
오늘도 교실에서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우리 깍뚜기들을 보고 있자니 자꾸 웃음이 나옵니다. 깍듯하게 인사하고 뚜렷하게 발표하고 바르게 생각하는 깍뚜기가 되자고 반이름을 지었더니 어느새 이름따라 근사한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제 6교시에 아이들은 ICT수업을 들으러 컴퓨터실에 가고, 교실에 앉아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하다가 그만 감기약 기운에 책상에 엎드려 깜박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흘렀을까 꽤 오래 눈을 붙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눈을 빼곰히 떴더니 글쎄 가슴 따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 뭐예요.
컴퓨터 실에 다녀온 아이들이 칠판에 ‘조용’이라고 삐뚤빼뚤 써 놓고선 제가 깰까봐 조심조심 책가방을 싸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주무셔. 조용히해.” 아이들이 나를 생각해주는 그 이쁜 말을 자꾸 듣고 싶어서 일부러 조금 더 엎드려 있었습니다. 괜히 눈가가 촉촉해지고 가슴에서 뭔가 몽글몽글 솟아올라 행복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좁은 교실에서 교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숙제도 잘 안해오고, 바람잘 날 없이 말썽을 피워대지만 그래도 우리 깍뚜기들 덕분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생님이랍니다.
깍뚜기들도 나를 만나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되기를 조심스럽게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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