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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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좋아요”
  • 박정미 학부모
  • 승인 2014.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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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학부모 (춘천 남부초 5학년 정준섭 3학년 정예은 어머니)
지난 9월 마지막 토요일, 자녀가 다니는 남부초교는 ‘도란도란 이야기가 있는 가을 길 걷기 대회’를 개최했다. 교원, 학생, 학부모 등 희망하는 남부 교육가족 전체가 참가하는 실레길 걷기 행사였다. 따뜻한 햇살, 부드러운 바람과 함께 청명한 가을 하늘이 나들이하기에 딱 좋은 날씨를 허락해 걷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집결지인 김유정 문학촌 앞에 도착하니 인성 수업 때 뵌 적이 있는 수석 선생님께서 형제들은 동생 반 명부에 함께 올라있다며 “준섭이도 예은이 반에 있을 것”이라고 안내해 주셨다. 등록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순서지를 나눠주고 계시던 영어 전담 선생님께서 “예은이도 왔구나”라고 이름을 부르며 반겨 주셨다.
수석 선생님도 영어 전담 선생님도 꽤 많은 학급을 맡아 수업을 하시는데 어떻게 아이들의 이름과 형제 관계를 일일이 기억하고 계실까 정말 놀라웠으며, 부모로서 그 관심과 정성에 감동이 되었다.
행사는 특별한 인솔자나 정해진 코스와 시간 없이 각자의 속도대로 마음 맞고 뜻 맞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걷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산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경품 추첨 응모권 번호를 보니 99번이었다.
어쩐지 좋은 느낌을 주는 ‘특별한’ 번호라고 생각했다. 기념품으로 받은 쿨 스카프를 목에도 걸어보고 손목에도 묶어 보며 걷고 있는데 뒤에서 함께 가자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준섭이와 같은 반인 현주네였다.
직장맘이라 학급 자모 모임에 참석해 본 적이 없었는데, 가끔씩 전화해 오가면서 본 준섭이 모습이 예전에 비해 많이 의젓해졌다며 칭찬해주곤 하던 반갑고 익숙한 목소리였다. 엄마들과 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난치며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흐뭇했다.
산을 오르면서 예은이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다시 되돌아오시더니 손에 삶은 밤 몇 알을 쥐어주고 가셨다. 그렇게 이날의 산행은 내게 감동과 감사의 연속이었다. 정상 부근에서 지인들과 함께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 우리는 참가 가족 모두에게 주어진 포토 미션에서 ‘공중부양 찰나 담기’를 선택해 도전했다.
깔깔대며 여러 차례 달리고 뛰어오르면서 재미난 2014년 가을을 기록하고 행사의 끝, 경품 추첨을 위해 금병초교로 향했다. 경품 추첨 순서는 한 번도 그런 운이라고는 없던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추억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99번 그 ‘특별한’ 번호가 우리에게 ‘영화 관람권’이라는 행운을 가져다 준 것이다. 도서, 치킨교환권, 대형할인점 상품권 등의 선물이 총 30가족에게 돌아가고 기념사진 촬영을 한 후 대회를 마쳤다.
이날 행사는 직장맘으로서 그간 만나기 어려웠던 반 엄마들을 만나 궁금했던 학급의 소소한 소식도 듣고, 이전 담임선생님을 만나 담임이었을 때는 혹여라도 진심이 왜곡될까 조심스럽던 감사함과 반가움의 표현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참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을 길 걷기 대회’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져 만남의 장이자 소통의 통로로써 남부의 역사와 전통을 잇는 또 하나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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