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미 학부모 (춘천 만천초 3학년 송민경 학생의 어머니)
며칠 전 민경이가 재미있는 책이라며 나에게 보여준 책이 있었다.“엄마! 마틸다 책 너무 재미있어.”
“그래!”
“엄마, 마틸다는 너무 똑똑한 아이야, 책을 많이 읽거든.”
“너도 책 많이 읽어.”
“엄마 엄마도 한번 읽어봐.”
“그래 시간 되면….”
“엄마 마틸다가 영화도 있대, 친구가 가르쳐줬어, 영화도 너무 재미있대, 보고 싶다.”
“그래 한 번 찾아서 보자.”
건성으로 대답했다.
민경이는 마틸다에 빠져서 자기가 마틸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나는 너무 성의 없이 대답했다.
솔직히 마틸다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다.
책이나 영화 둘 다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정보관에서 책과 연계하여 영화를 상영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오늘 마틸다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민경이와 같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민경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틸다의 부모 같이 아이가 하는 말은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들으려 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었다.
민경이는 나에게 계속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학교이야기, 친구이야기, 책이야기, 싫었던 일, 좋았던 일 등등….
하지만 부모인 나는 그 많은 이야기 중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50% 정도 아니, 30% 정도는 될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마음이 아닌 입으로만 아이의 말에 대답했을 뿐,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대해 마음을 열고 들으려 하지 않았다.
또한 가끔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말이 안 된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전업주부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있으니까, 그것만으로 잘 통하고 잘해주는 부모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또 아이가 아닌 부모 입장에서는 ‘너는 행복한 거야’ 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자식을 기다려 주지 않고 그냥 커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고 하는데 부모는 자식이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부모를 기다릴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나에게도 민경이는 항상 모든 것을 챙겨주어야 하는 1학년 같은데 이젠 엄마와 나란히 앉아 드라마를 보며 평가하고, 재미없어 안 본다는 등 넋두리를 늘어 놓고 앉아 있다.
세삼 딸은 엄마와 친구 같다고 하더니 요즘 가끔 친구 같이 옆으로 다가온다.
오늘 ‘마틸다’라는 영화를 시작으로 딸아이를 친구로 생각해 보려 한다.
비록 작은 시작이지만 같이 보고 느꼈다는 것에 만족하고, 같이 나눌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늘려 가려 한다.
마틸다의 보모처럼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아이와 헤어지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지는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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