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별로 관심 없던 법이 나오는 책을 읽었다. 너구리가 판사로 나오는데 그 판사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이게 사건파일이다. 그 너구리 판사 퐁퐁이 재판의 첫 번째 동물은 황소와 족제비였다. 사건은 황소가 시장 옆 비탈길에 경운기를 세웠다. 황소는 뒷바퀴에 나뭇조각을 끼워 놓고 갔다. 황소에게 기분이 나빴던 족제비가 트럭 옆을 지나다가 경운기에 끼워놨던 나뭇조각을 발로 차서 나뭇조각이 튕겨나갔다. 그래서 황소의 경운기가 미끄러져 배추를 못 쓰게 되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나는 필통을 열어 놓고 놀러 나갔는데 연필심이 몽땅 다 부러졌다. 나는 그래서 부러뜨린 친구한테 왜 부러트렸냐고 물어내라고 했다. 그 친구는 자기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필통을 열어놔서 떨어진 것이라면서 당당하게 내 옆을 지나갔다. 그러니까 황소의 배추가 떨어진 것도, 내 연필이 부러진 것도 원인이 있어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황소가 트럭의 브레이크를 걸어놓지 않은 것이 원인이고, 내가 필통을 열어놓은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퐁퐁이 판사는 그래서 황소가 잘못했다고 판단을 내렸다. 나는 처음에는 이 것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는 원칙을 알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내 필통의 연필이 부러진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이 모두 법에 해당된다고 하니 법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