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성과는 교사의 열정이 가늠한다

고상순교장선생님(인제 월학초교)

2003-05-01     어린이강원일보
 대문앞에 마을 학교를 두고 읍내 큰 학교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구르는 초등학교 입학생을
보니 문득 아이 아빠, 엄마의 고집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듯 하여 가슴이 답답해왔다. 학교 규모와 학
생수가 교육의 질을 가늠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었다.
 지난해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졸업생은 남자 아이 2명이었다. 이를 두고 남의 말하기를 즐기는 이들
이 입을 모아 재잘댔다. 둘이 만나기만 하면 동창회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였으면 더 좋았을 걸. 
결혼이라도 하면 평생 동창회를 하며 살 수 있겠네. 이런 말을 자주 듣다보니 가끔 학생수가 적은게
마치 내탓인양 의기소침해 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난 그들에게 강력히 말했다. 모르는 소리들 말게나! 큰 학교 선생님이 아이
들 머리 한 번 쓸어주고 이름 한 번 불러줄 때 우리 작은 학교 선생님들은 다정한 대화와 속삭임을 여
유있게 나눌 수 있다는걸 알기나 해.
 옹달샘처럼 해맑은 아이들 눈 속에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보드라운 선생님 모습 새겨 주고 선생님 가
슴 가득 아이들 꿈을 채곡 채곡 다져 넣는 것, 그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며 그건 작은 학교에서나 가능
한 일이라고 말이다. 물론 큰 학교 선생님들 중에서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는 분들이 많
다. 다만 아이들의 수와 나눌 수 있는 사랑의 크기는 결코 같을 수 없다.
 그래도 큰 학교를 고집하시는 부형님이 계시다면 꼭 한마디 들려 주고 싶다. 교육의 성과는 결코 학
교 규모나 학생수가 아니라 교사의 열정이 가늠한다는 사실을 명심해두시라고…. 아울러 양질의 교육
을 원하거든 큰 학교를 찾아 헤매기 보다 선생님들께서 그 큰 열정의 보따리를 망설임 없이 풀어 헤
칠 수 있도록 한결같이 사랑과 신뢰를 보내주어야 한다고.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교실붕괴니 공교육 추락이니 하는 말은 이 땅 어디에도 없을 것이며 우리
의 교육은 굳건한 토대 위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는 것
도 함께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