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어른들
2007-12-13 어린이강원일보
하교할 때에 규식이가 오후에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기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규식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새 자전거를 끌고 나왔습니다.
친구들이 모여 부러운 듯이 새 자전거를 만져보며 규식이 설명을 듣습니다.
‘씽 씽씽’ 규식이가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립니다.
경민이는 어머니와 함께 갈 곳이 있다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흥, 자전거는 내가 더 잘 타는데 새 자전거를 자랑하고 싶어서......
.’ 경민이는 형이 쓰던 자전거를 물려받아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잘 탑니다.
그런데 오늘은 괜히 심술이 납니다.
책상도 그렇고 입고 있는 옷도 그렇고 생각하니 온통 형이 물려 준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바둑이가 경민이를 보자 꼬리를 흔들며 반깁니다.
“저리 비켜!”
언제나 동생처럼 귀여워하던 바둑이에게 소리치고 자전거를 내던지듯이 벽에 기대 놓고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버지, 자전거 새 걸로 바꿔 주세요.
지난 번에도 바퀴가 펑크나서 고쳤는데요.” “ 더구나 겨울에는 눈 오고 추워서 탈 기회도 없을 텐데 아직은 더 쓸 수 있을 거야.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아버지께서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해 주십니다.
경민이는 빨리 어른이 되어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사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다른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색다른 물건만 있으면 가지고 싶어 부모님을 조르곤 하지만 며칠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런 자전거만은 꼭 사고 싶어집니다.
아버지께서 저녁을 드신 후 예전에 읽었던 동화를 들려 주셨습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년이 있었지.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그 소년은 요술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었단다.
소년의 이야기를 들은 요술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소년에게 연과 연실이 가득 담긴 얼레를 주었다는구나.
얼레에 감긴 연줄을 푸는 대로 자꾸자꾸 나이를 먹는데 얼레에 감긴 연줄은 한 번 풀면 되감을 수 없으니 명심하라 일렀지.
소년은 신이 나서 빨리빨리 연실을 풀어 갔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정말 신나고 멋진 일이라 생각했거든.
연줄이 높이 오를수록 소년은 점점 나이가 먹어 하얀 머리의 노인이 되었지.
그제야 소년은 얼레를 멈추었지만 풀린 연줄은 다시 되감을 수가 없었어.
소년은 울면서 요술할아버지께 찾아 갔지.
예전의 모습대로 돌려 달라고 했지만 어느 누구도 한 번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고 요술할아버지는 말했단다.
아버지께서는 내일 새벽에 갈 데가 있으니 일찍 자라고 하셨습니다.
다음 날 잠꾸러기 경민이는 졸리는 눈을 비비고 툴툴대며 아버지를 따라 나섰습니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것 같이 세게 붑니다.
옷을 단단히 입었는데도 속으로 찬바람이 쏙쏙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골목 귀퉁이에 웅크리고 모여 있던 낙엽들이 돌돌돌 굴러 갑니다.
깜박깜박 졸고 있던 가로등 불빛 사이로 아침이 살며시 찾아들고 있습니다.
“형, 어디로 가는 거야?”
한참을 가다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형도 모른다며 아버지를 따라가자고 하였습니다.
경찰 순찰차와 트럭과 우유 배달 아저씨 오토바이도 지나갑니다.
아버지는 야광 조끼를 입고 길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께 수고한다고 인사를 하십니다.
한참을 가다가 아버지께서 멈추신 곳은 ‘아침 반짝 장터’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곳곳에 큰 깡통에다 장작불을 지피며 장릉 열고 계셨습니다.
꽁꽁 언 생선, 쌀과 옥수수 뻥튀기, 비닐과 담요를 덮고 있는 야채와 과일, 보온 통에 들어 있는 두부, 유리 뚜껑으로 비쳐지는 갖가지 반찬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습니다.
손을 호호 불며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모두가 얼굴이 밝고 활기차십니다.
아버지께서는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조그만 자루마다 깨끗이 손질된 여러 종류의 잡곡을 담아 팔고 계시는 할머니께서 팥을 사셨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따뜻한 콩나물국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하고 알뜰한 어머니께서 이 장을 자주 이용하십니다.
팥을 전해 받으신 어머니께서는 동짓날 팥죽 끓일 준비가 되었다며 좋아하십니다.
경민이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시 쉬다가 나와서 마른 걸레로 자전거를 닦습니다.
아버지께서도 도와주십니다.
“아버지, 어른이 되면 책임질 일이 많을 것 같고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를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어려운 일도 잘 참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씨도 길러야겠어요.”
경민이의 말을 듣고 아버지께서는 등을 다독여 주십니다.
경민이와 아버지의 얼굴에 아침 햇살이 밝게 비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