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방학 때 뭐 해요?’

홍천 원당초교 김지헌 교사

2014-12-18     어린이강원일보
“야! 겨울방학이다.” 즐거운 목소리가 아이들의 입과 몸짓을 통해 교실에 울려 퍼집니다.
“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많이 읽고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꿈을 더욱 키우기 바랍니다.”
이렇게 마무리할쯤 한 친구가 묻습니다. “선생님은 방학 때 뭐 해요?” “음 ….”
지난 15년 동안 방학 때 무엇을 했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발령을 받고 맡은 업무 중 비중이 있었던 것이 ‘체육’ 업무였는데 방학이 되면 합동훈련과 자체훈련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와 운동장에서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많은 기간 이루어지다 보니 학교에서 많이 생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중간엔 방학 중 운영되는 계절제 교육대학원에서 3년간 수강했지만 거의 10년 정도는 학교 육성종목 지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도 지도하는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과 대회에 나가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뿌듯한 성취감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이 방학이 되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연수를 신청하고 각종 연수 기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선배 선생님이 추천해주시는 연수를 받으며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몇 년 동안은 춘천교육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학교로 찾아가는 생활과학교실’의 강사로 활동하면서 여러 지역의 학생들을 만나고 과학 활동을 하며 학교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요.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 중에는 연가(휴가)를 자유롭게 쓰기 어려워 방학을 이용해 휴가를 사용하게 됩니다. 한 번은 가족과 함께 2주간 제주도에 머물며 일상적인 생활을 경험해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방학은 저에게 조금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내년엔 학생들이 아닌 선생님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되어 어쩌면 교사로서 마지막 방학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이렇게 여유를 갖고 자기 발전을 위한 방학이 없다는 게 정말 아쉽게 다가옵니다. 물론 우리 반 6학년 친구들도 중학교에 가게 되면 방학에 많이 바쁘게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 있어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더라도 방학 동안 여유의 시간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체험을 하고 관심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위해 움직이고 행동하는 삶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삶의 길을 아름답게 장식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