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색 담은 사회과목 교재 직접 만드는 강원도 교사들
양구 한전초교 교사와 학생들이 지역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내에서 춘천·원주·양구·정선지역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사회과목 교재를 제작해 호평을 듣고 있다. ◇춘천교육지원청에서 개발한 지역 교재 `안녕? 우리 춘천'. |
■지명 유래부터 설화, 명소, 특산물 소개=“양구 해안면에는 바다가 없는데 왜 이름이 `해안'일까요?” 양구교육지원청에서 만든 지역화 교재 `배꼬미 브이로그 양구여행'에 나온 질문이다. 과거 뱀이 많았던 지역에 돼지를 키우면서 뱀에 의한 피해가 사라졌다 해서 `돼지 해(亥)', `평안할 안(安)'이라는 지명이 붙었다는 설명이 함께 담겼다. 양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과 나무, 연세가 가장 많으신 어르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양구군청에서 우리 집까지 가는 길에 어떤 명소가 있는지도 살펴본다. 양구지역 초등교사 2명과 마을교육활동가, 양구고 도서관 사서가 함께 집필한 교재로 내년부터 양구지역 초등학교 3·4학년 사회 교재로 활용된다. 집필에 참여한 정준영 한전초교 교사는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해 모르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양구가 품어 온 오랜 이야기에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정선군에서도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초등교사들이 모여 마을 교재를 만들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정선의 자연·인문환경, 명소뿐만 아니라 마을 구석구석의 이야기까지 담아내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수업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지역 정보를 교과의 성취기준, 학습목표와 연결하고, 수업 아이디어도 함께 논의한다. 김혜린 정선교육지원청 장학사는 “단순히 정선에 대한 정보를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마을별로 구체적 삶의 모습이 담긴 내용을 특색 있게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도 만들어 마을 아카이빙 작업도 시작한다. 자료를 찾고 선별하는 과정들이 쉽진 않지만 아이들을 위해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금 교과서는 지역 자료 못 담아=교사들이 직접 지역에 대한 교재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교육부에서 펴낸 초등학교 3학년 1, 2학기 사회 교과서에는 우리 고장의 환경과 문화유산, 생활모습의 변천사 등이 나오지만 전국 단위의 일반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춘천지역 교재 개발에 참여한 유진옥 성원초교 교사는 “교과서에 잘 알지도 못한 고장이 예시로 나오니까 아이들이 사회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동네와 고장을 익혀야 하는데 지역에 대한 자료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준영 교사 역시 “관공서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들은 옛날 것이 많고,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공부할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이 많아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주·양구·정선지역 교사들과 함께 지역 교재 개발에 참여한 서연남 도서출판 이음 기획실장은 “선생님들도 마을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 교육과정을 짜면 좋은데, 그 계기가 되는 것이 지역 교재”라고 설명했다. ■도내 자료 한눈에 보는 웹사이트도 개발=이런 이유로 춘천교육지원청은 지난해 춘천학연구소와 함께 `안녕? 우리 춘천!' 교재를 만들고 춘천지역 초등학교에 배포했으며, 원주는 무실동, 단구동, 부론면 등 동 단위로 지역화 교재를 제작하고 있다. 양구교육지원청은 학생용뿐만 아니라 교사용 지도서도 개발 중이며, 정선교육지원청도 올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제작 협의에 들어갔다. 각 지역 교재 개발에는 지역의 초등교사들이 집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연구원은 강원도 18개 시·군 정보와 수업 사례 등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 `위키강원'을 만들었다. `위키강원'은 지역 정보를 담은 지식백과 형태로, 위키엔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권한이 있는 누구나 수정이 가능하다. 제작에 참여한 류기혁 매산초교 교사는 “지역 자료를 최신화하기 좋고, 동영상 자료를 볼 수 있으며, 여러 선생님의 지역화 수업 사례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특성 살린 교육과정 개발·운영이 관건=의도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반응이다. 유진옥 교사는 “아이들이 아는 장소나 들어 본 지명들이 책에 나오니까 수업 참여도가 높다.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수업 활동하기 좋은 자료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서연남 실장 역시 “교재를 만들기 전에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한다”며 “마을에 대해 어떤 것이 궁금한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등을 꼼꼼히 묻고 내용에 반영하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지역 교육과정이 대폭 강화된다. 교사가 지역의 특성을 살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강삼영 도교육청 기획조정관은 “학생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해 배우고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지역 교육과정 개발에 힘쓰는 교사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교육청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정윤호기자 jyh89@kw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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